일상다반사/끄적끄적

받아들임

솜솜🍀 2021. 12. 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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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할머니가 쓰러지셨다. 

그동안 정정하던 할머니였는데, 갑자기 쓰러지셔서 깨어나지 못하는 모습이 믿기지가 않는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소리를 듣는데 실감이 나지 않는다. 

 

부재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이별의 순간은 급작스럽게 찾아오고야 말았다. 

 

실감이 나지 않는 상태로,

웃고, 일하고, 얘기하고, 사람을 만나서 저녁을 먹고 

평소와 다름없는 상태로 하룰 보내고 집으로 오면 

그제야

부재가 실감이 난다. 

 

언젠가는 해야 할 이별이었고 

그 순간은 언제든 올 수 있었던 건데 

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부재를 실감함과 동시에 

공간에 남아있는 흔적들이 

생각에 잠기게 한다. 

 

이제 누가 나를 위해 땅콩을 볶아주며

내가 좋아한다고 당신은 좋아하지 않는 초당 옥수수를 심어줄까.

 

돈을 버는 직장인이지만

만 원 한 장이라도 용돈 받는 게 좋다는

철없는 손주를 위해

설날에 새뱃돈을 줄까.

 

어디 놀러갈 때면 쌈짓돈 꺼내 맛있는 것 사 먹으라며

용돈을 줄까.

 

할머니가 나에게 바랬던 것은 

어렵지 않은 것이었는데 

그 바람이 뭐가 그리 어렵다고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건지

 

다시 일어난다면

일어나서 몇 년만 더 같이 있을 수 있다면

그 바람 들어주고 싶은데

그녀의 남은 시간은 그것을 허락지 않는다. 

 

부재를 실감하는 것은 아픈 일이다. 

담담하게 마주한다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늘 그렇듯 

웃고, 얘기하고, 즐거운 듯 하루를 보내겠지만 

마음속 응어리는 점점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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