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을 보러 국립 현대미술관 과천에 갔다.
언젠가 한 번은 가봐야지 싶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되어 방문하게 되었다.
뚜벅이가 현대미술관 과천을 가는 방법은 셔틀을 타거나, 코끼리 열차를 타거나 아니면 리프트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는데, 나는 그중에 리프트를 타는 것을 선택했다.
리프트 2회권을 끊으면 미술관 왕복이 가능하다.
햇살 좋은 날 리프트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중에 이용권을 들고 한 장 찍어보았다.
저 영수증 같은 이용권을 잃어버리면 다시 하나 사야 하니 꼭 잘 챙겨야 한다.
리프트를 타고 현대미술관에 가는 길.
호수를 건너가기 때문에 풍경이 상당히 아름답다.
단풍도 너무 예쁘게 물들어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었다.
올라갈 때의 풍경만 보고 내려올 때는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 기대했었다.
입구에 현재 진행 중인 전시들의 현수막이 붙어있다.
이건희 전시는 가장 마지막 시간을 예매한지라, 상설전시도 추가로 예매해두었었다.
현대미술관 과천 전시실 중앙에 있는 백남준 작가의 작품
이 작품은 평소에는 꺼져있고, 특정 시간에만 관람이 가능하다. 방문한 날 마침 시간이 맞아 볼 수 있었는데, 정말 규모가 압도적이었다.
중간에 전시를 기다리면서 조각공원에서 단풍도 구경했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마지막 단풍을 원 없이 구경한 것 같다.
드디어 시간이 되어 전시장에 입장하게 되었다.
1층 원형 전시실에서 진행되는 이 전시는 회화작품보다 피카소의 도자작품이 더 많이 전시되어있다.
회화 작품은 원형의 공간을 한 바퀴 도는 형태로 동선이 구성되어있고, 중앙에 피카소의 도자 작품 그리고 도자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그린 영상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서울에 비해 비교적 덜 복작해서 좋았다.
피사로와 고갱 각각의 작가는 전시 다니다 접해보았을 건데 이렇게 둘의 접점을 엮어서 보여주니 또 새로운 것 같다. 이렇듯 이번 특별전은 작품수는 적지만, 관계에 초점이 맞춰진 것을 생각하면 적은 것도 그리고 배열을 한 기준도 이해가 가는 것 같다.
하나하나 콕콕 찍어 칠한 점묘 기법으로 그려진 그림은 놀랍도록 섬세하기만 하다.
멀리서 보면 그냥 하나의 색으로 보이는데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또 다른 느낌이다.
여기서 또 만나는 모네의 수련
수련을 그릴 때 시력을 잃어가는 시점이었다는데 정말 믿기지 않는다.
기증전 보면서 모네의 수련을 여러 번 봤는데, 볼 때마다 새로운 감정이 생긴다.
르누아르의 그림 색이 따뜻하게 느껴지고 정말 그림에서 행복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크지 않은 캔버스에 담긴 그림 하나가 참 위안을 주는 것 같다.
살바토르 달리의 작품 켄타우로스 가족 켄타우로스의 육아낭에서 아기가 빠져나오는 순간을 그린 작품인데 태어나는 순간 엄마의 자궁에서 분리되는 순간이 최초의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된다는 설명처럼 무언가 고통스러워 보인다.
얼마 전에 전시도 보고 또 도슨트 투어도 들었던 호안 미로를 여기서 보니 반가웠다.
투어에서 들었던 것처럼 의도를 파악하려고 하기보다는 뭘 그리고자 했을까 내 기준으로 생각하려 했다.
그렇지만 언제 보아도 추상화는 어려운 것 같다.
피카소의 도자기 작품들 원형 공간 안쪽으로 전시되어있어 미술 작품을 보면서 중간중간 보아도 되고 그림을 다 보고 도자기를 보아도 되고, 동선에 크게 구애받지 않아도 되는 점이 좋았다.
예전에 예술의 전당에서 피카소 전시를 보았는데 그때 도자기를 보고 이런 것도 만들었단 말이야? 하면서 놀랐었는데 그래서일까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샤갈의 결혼 꽃다발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삶의 순간에 맞게 파란 배경에 그려진 꽃다발이 수수하면서 화려한 느낌이다.
신랑 신부와 그림 한편에 그려진 과일바구니가 눈에 들어온다.
전시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피카소의 도자 작품들
볼수록 다양한 작품을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냈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재료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어 낸 작품들을 보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계를 중점으로 풀어낸 이번 전시를 보면서 작품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또 하나 배운 것 같다. 아무 정보 없이 보기 시작한 전시들이지만 보는 작품수가 늘어나면서 조금씩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또 하나를 배우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이번에도 또 하나를 배운 좋은 시간이었다.
전시를 뒤로하고 주차장을 가기 위해 리프트를 탔는데,
불이 안 들어오니 정말 무서웠다. 가뜩이나 쫄보인데 어두운 리프트를 타니 무서움이 두 배였다.
불이 꺼진 동물원 위를 지나가는 기분은 생각보다 더 무서웠다.
생기가 사라진 공간을 가는 기분 공포영화를 배경을 보는 기분이었다.
십 년 같은 십여분이 지나고 리프트를 내리니 드디어 다 끝났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 좋았다.
다음에 갈 때는 미술관 가는 건 리프트 내려오는 건 코끼리 열차로 가야겠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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