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예매한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을 보러 국립 중앙 박물관에 왔다.
수요일 토요일에는 야간개장을 하기 때문에 야경까지 보고 가려고 수요일 저녁 시간으로 예매했다.
박물관 미술관 주간이라는 홍보 현수막이 크게 걸려있다.
어린이날 전날 방문한 것이라 그런지 어린이날 행사와 관련된 부스들이 설치되어있었다.
티켓을 교환하고, 대기하고 있다 시간 맞춰 입장했다.
통합권으로 구매해서 나중에 아스테카 전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실물 티켓을 잘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
사실 처음에는 전시 두 개를 다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통합권을 예매했는데,
막상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 아스테카전은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다.
전시장 입구에는 마치 손님에게 인사하는 거처럼 조각상이 있다.
국립박물관 전시안내라는 어플을 다운받으면 오디오 가이드를 들을 수 있어서
전시 입장 대기하면서 어플을 다운 받았다.
오디오 가이드를 함께 들으면 조금 더 재미있게 전시를 볼 수 있다.
수집가의 초대라는 전시의 큰 주제에 맞게 문모양의 조각품이 제일 먼저 나오고 그 조각품을 지나면 수집품이 가득한 집으로 초대된다.
현대미술관 전시도 봤고 국립 중앙박물관에서 한 전시도 봤는데 이번 전시는 1주년 기념전이라 어떤 작품으로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기대가 가득했다.
전시장 곳곳에 있는 문장들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하나하나 다 찍고 싶었는데 다 못 찍은 것이 정말로 아쉬웠다.
이런 문장들은 대체 어떻게 뽑아내는 것인지 전시를 기획하는 기획자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현재란 선조의 흔적 위에 서 있는 집이다라니 어떻게 이런 문장을 생각하는 걸까.
첫 번째 전시 공간은 가족에 대한 곳이었는데,
그래서인지 가족의 초상화나 가족을 그린 초상화 등 가족과 관련된 작품이 주를 이뤘다.
작품에 대한 설명도 보다 보면 재미있는데, 키스라는 작품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는 군더더기의 설명이 필요 없고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는 사랑의 요점을 전달한 작품이다라고 적혀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는 설명이 필요 없다. 뭔가 잊고 있었던 본질을 깨닫게 해 주었고 그리고 또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었다. 살아오면서 잃어버리거나 혹은 잃어가고 있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누군가의 무덤에서 위로하던 석상인 동자석 뭔가 투박하지만 정감 가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나도 위로받는 느낌이다.
그리고 실제 자연의 공간처럼 느껴지게 조명이 비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전에 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박수근 작가의 작품을 보고 왔는데
그걸 보고 와서 그런지 그림을 딱 보고 작가를 알아보았다. 그동안에 진짜 '알못'의 시선으로 봤는데
점점 알아보는 것이 하나씩 생기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괜히 뿌듯한 기분이었다.
그림을 가까이서 보면 거친 질감이 보이는데 멀리서 보거나 가만히 보고 있다 보면 거친 질감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 점이 참 신기하기만 하다.
나의 최애 달항아리가 고아한 자태를 뽐내며 전시되어있는 공간에선 또 다른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았다.
달 항아리라는 단어를 김환기 작가가 붙였다는 것을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알게 되었다.
이런 새로운 정보를 줍줍 하는 것도 오디오 가이드의 매력인 것 같다.
다음에 써먹을 일 있으면 써먹어보려고 이건 따로 메모해두었다.
요즘의 보편적인 가족의 형태와는 다르지만 작가가 작품을 만들었을 당시의 표준적인 가족의 형태는 4인 가족이었던 것 같다.
가족의 의미란 어떤 것인가 형태는 달라도 의미는 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건을 모은다는 것은 물건에 담긴 이야기를 모은 것이라는 문구와 함께 전시되어있던 전시물들
국립 민속박물관 파주관의 개방형 수장고가 생각났다.
어떻게 이런 물건을 모았을까 싶고 그리고 이 물건에 담긴 이야기들은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중간에 앉아서 작품을 볼 수 있게 의자가 있었는데,
의자에 앉아서 옛날 가구들을 보니 각각 다른 공간에 있었던 것일 텐데 모아놓으니 뭔가 통일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또 새로운 느낌이었다.
모네의 수련 그림이 있는 공간은 공간 하나에 그림 한 점이 있는 것도 좋았지만
밑에 미디어 아트가 같이 있는 것이 정말 좋았다.
그림만 보는 것과 미디어 아트랑 같이 보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이다.
벽에 기대서 가만히 그림과 미디어 아트를 보고 있으면 내가 이 공간으로 이동한 기분이다.
전시 중간에 작품을 직접 만져볼 수 있도록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아이들과 같이 오면 작품에 대한 체험도 함께 할 수 있으니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토기들과 백자 그리고 청자
전에 기증전에서 본 백자도 있었는데 이 백자 청화 산수무늬병의 또 다른 별명이 떡메병이라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언제 봐도 압도적인 인왕제색도
인왕제색도가 있는 공간에는 앉아서 볼 수 있도록 의자가 있는데,
앉아서 멍하니 그림만 볼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이 그림을 5월이 지나면 볼 수 없다는 점이 참 아쉽다.
천경자 작가의 그림
다양한 색을 사용했는데 하나하나 다 눈에 들어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정말 작가들은 대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십장생 병풍에서는 십장생 그림이 어디에 숨어있는지 찾아보고 그리고 내 사람들의 건강도 기원해 보았다.
구리선으로 만든 작품인데 이런 걸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놀랍지만
이걸 보관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는 것이 더 놀라운 것 같다
작품 뒤로 비치는 그림자까지도 하나의 작품인 것 같다 생각될 정도로 되게 섬세한 작품이었다.
얼마 전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권진규 작가의 작품을 보고 왔는데
여기에도 같은 작품이 있어서 괜히 반갑게 느껴졌다.
귀걸이를 직접 만져볼 수 있도록 크게 재현품을 만들어 두었다.
이번 전시는 보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작품을 체험할 수 있는 점이 정말 큰 메리트로 다가오는 것 같다.
생각하는 여인 조각상
인간은 끊임없이 사유하는 존재인 것이 맞는 것 같다.
박물관에서 전시를 보면서 그리고 전시를 보고 난 뒤에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앉아서 범종과 그리고 범종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전시 공간
전시 중간에 딴 세상에 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런 범종까지 모았다니 정말 수집품의 규모와 그 범위가 놀랍기만 한 것 같다.
이건희 회장이 수집했던 기록물들을 이렇게 전시해두니 그 양이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1주년 기념전에 기부했던 것의 일부만 나온 것인데도 그 양과 종류가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것까지 하면 얼마나 더 많은 것인지 정말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을 다 볼 수 있는 날은 언제일지 궁금해진다.
온 세상의 괴로움을 없애는 큰 북을 받치고 있는 법고대와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인 업적대
업적대와 법고대를 보면서 나의 현재까지의 삶을 잠시나마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법고대가 나의 내면에 숨어있는 괴로움을 없애줄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영원한 기억은 없다 그래서 기록이 필요하다.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가슴에 새겨 오래 기억할 것 같은 기억도 삶을 살아가다 보면 켜켜이 쌓이는 세월에 묻혀 잊히는 데
어딘가에 기록해둔 기록은 잊히지 않고 남아있으니 말이다.
이인성 작가의 누드 작품을 보면 정말 고뇌하고 불안해 보이는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물로 보는 것이 조금 더 잘 느껴지는 것 같다.
현대미술관에서 했던 전시에 나왔던 김환기 작가의 그림
이 그림을 보면서 문득 여기에 이게 있으면 지금 현대 미술관 그 자리에는 무슨 그림이 있는 것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백남준 작가의 브람스를 마지막으로 전시는 마무리된다.
오디오 가이드와 함께 전시를 보니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보고 마음에 드는 작품을 기록하고 감상하다 보니 정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전시를 보면서 새삼 이런 작품들을 모으고 보관할 수 있었던 재력도 재력이지만
이런 작품을 수집한 안목이 정말 놀라운 것 같았다.
미디어 아트와 함께 전시해 둔 모네의 수련 공간은 정말 너무 예뻤다.
6월에도 전시를 보기 위해 티켓을 예매했는데
그땐 이번에 본 첫 느낌과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야경을 마지막으로 박물관을 나섰다.
오랜만에 국립중앙박물관인데 정말 만족스러운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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